엘리후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욥기는 그 해석이 쉽지 않은 책임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특히 엘리후의 말은 우리가 가장 해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그래도 욥이나 욥의 세 친구는 욥기의 처음과 끝에 하나님이 이미 직접 평가를 내려놓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하나님의 평가를 기준으로 욥이나 세 친구의 말들을 이해하면 되는 것입니다. 세 친구의 말이 아무리 옳게 들린다 하더라도 하나님이 평가에 따라 잘 못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면 될 것이고, 욥의 말이 아무리 불신앙적으로 들린다 하더라도, 이 또한 하나님의 평가에 따라 욥이 옳은 이유를 생각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엘리후는 조금 다릅니다. 엘리후의 말에 대해서 하나님은 어떤 평가도 하지 않으십니다.
게다가 엘리후의 말을 앞의 세 친구의 말과 연결해서 생각하면, 마치 엘리후가 욥을 비난하기만 하는 것 같고, 뒤의 하나님의 말씀과 연결해서 생각하면 엘리후가 하나님을 변호하는 것과 같이 느껴집니다. 그렇기에 보는 시각에 따라 엘리후의 말이 그릇된 것으로 판단하기도, 옳은 말로 판단하기도 합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엘리후가 그 이전 내용(욥과 친구들의 논쟁)과 이후 하나님이 등장하시는 부분 사이에서 브릿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한가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엘리후가 옳은 지 틀린 지를 흑백 논리로 생각하는 것이 옳을까?”
개인적으로는 어떤 면에서 하나님이 이 내용을 갖고 저를 시험하시는 것도 같았습니다.
“홍규야 너는 어떻게 판단할래?”
하나님 말씀 때문에 모든 것이 옳다고 여겼던 욥의 모습들, 그에 반해 옳은 말을 해도 모든 것이 그릇되게 보이는 세 친구들의 모습들을 보다보니… 어쩌면 엘리후의 모습까지도 옳다, 틀렸다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해석하려는 것도 같았습니다.
이는 우리가 너무나 잘 범하는 잘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조금이라도 내 마음에 안들면 상대방이 다 틀렸다고, 다 악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내 마음에 좀 드는 상대가 있으면, 그 사람은 다 옳고 다 선하게만 보여지기도 합니다. 우리의 판단의 이분법적인 편향성입니다.
엘리후를 그저 하나의 브릿지 역할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엘리후는 옳은 면도 있고, 틀린 면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사이를 적절히 잘 이해하면 받아들이는 것이 옳은 자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엘리후는 욥기가 이야기하고 있는대로 분명히 욥이나 세 친구들보다는 좀더 통찰력이 있었던 인물임은 틀림 없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세 친구나 욥에 비해 좀더 납득이 될만한 몇가지 주장을 하고 있음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사람”일 뿐이고, 하나님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하나의 “브릿지”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는 하나님을 변호함에 있어서는 옳았고, 욥을 비난함에 있어서는 틀렸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판단까지도 어쩌면 우리의 판단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왜냐면 엘리후가 하나님이 아닐 뿐더러, 우리 또한 하나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엘리후의 말들은 이렇게 이해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말에 동의가 되는 부분들은 동의하고, 동의가 안되는 부분들은 동의하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이전에도 말씀 드렸듯이, 욥기는 어려운 책이고, 욥기가 이런 얘기를 한다, 저런 얘기를 한다, 이것을 확신 있게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욥기를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여전히 하나님 말씀으로 믿고, 기도하며 말씀을 보며, 그 가운데 하나님 마음에 귀를 기울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매한 말로 결론을 맺는 것 같지만… 그렇습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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