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심판자가 아닌 섬기는 자가 되어…
본문: 사무엘상 24:1~22
“다윗은 사울을 죽이고 싶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오늘 본문을 묵상하며 생각했던 부분입니다. 다윗은 당시 부하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울에게 다가갔습니다. 하지만 차마 그를 죽이지는 못하고, 그의 옷자락만 베고 나온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는 마음 가운데 큰 죄책감을 느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5절) 다윗이 그저 옷자락만 베기 위해 사울에게 몰래 다가간 것이라면, 그에게 큰 죄책감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의로움을 자랑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사울에 대한 적의가 있었기 때문에 옷자락만 베었을 뿐인데도 그의 마음이 괴로웠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윗이 사울을 죽이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그가 바로 “기름 부음을 받은 왕”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울을 그토록 없애고 싶었고, 그만 없애면 그의 도피 생활을 여기서 끝이 나는 것이었을 뿐더러, 그는 이스라엘의 왕으로서 이제 큰 평강 가운데 남은 여생을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를 없앨만한 절호의 기회를 그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그가 기름 부음을 받은 왕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에는 이와 같은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두번이나 언급하고 있습니다.)
“자기 사람들에게 이르되 내가 손을 들어 여호와의 기름 부음을 받은 내 주를 치는 것은 여호와께서 금하시는 것이니 그는 여호와의 기름 부음을 받은 자가 됨이니라 하고” (6절)
다윗의 부하들은 다윗을 향한 하나님(선지자)의 말씀을 언급하면서까지, 사울 제거의 정당성을 부여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모든 정황상, 그 모든 상황이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로 여겼을지도 모릅니다. 저 같아도 당시 상황이 하나님의 뜻으로 알았을 것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다윗은 그렇게 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상황만을 보고 판단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생각했습니다. 이와 같은 그의 모습이 하나님 마음에 합한 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이라 생각이 듭니다. 상황만을 보고 판단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과 마음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12절에 따르면 그는 심판을 하나님께 맡기는 장면이 나옵니다. 다윗도 사울이 악하다고 분명히 생각한 듯 싶습니다. 게다가 자신을 해하려 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복을 원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자기 자신이 그 보복의 주체자가 되기를 거절했습니다. 심판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기에 온전히 하나님께 심판을 맡기는 모습입니다.
때때로 우리는 그릇된 권위자의 모습에 대해 우리가 그를 심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해진 절차와 헌법에 따라, 목소리를 낼 수도 있고, 투표와 같은 어느 정도의 정당한 행동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우리의 모습 가운데 “심판자의 모습”이 보여질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심판자가 아닙니다. 보복하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이십니다. 또한 무조건 (하나님이 세우신) 권위에 대해 복종하기만 하는 것도 옳은 모습이 아닙니다. 세례 요한도 헤롯을 날카롭게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권위는 하나님이 세우신 권위이기에, 그에 대한 순종의 모습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권위자를 향해 적의를 품고 있는 모습은 그릇된 마음임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다윗의 용기 있는 신앙의 모습에 사울은 큰 충격을 받습니다. 자신은 다윗을 죽이려 했지만, 다윗은 자신을 선대했다며, 그를 의롭다고, 그가 왕이 될 것을 알고 있다고, 그를 칭송합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레미제라블에서 마지막까지 자베르를 용서하던 장발장의 모습도 떠오릅니다. 원수를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큰 능력이 있는지, 세상을 바꾸는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에서 다윗이 하나님 마음에 합한 자라는 것을 또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세상과 이웃을 향한 심판자로 살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심판자가 되기보다, 그리스도와 같이 십자가로 사랑하고 섬기는 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다윗의 모습을 제가 따라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섬기는 자가 되기를 기도해봅니다.
사랑하고 감사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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